백만승보다 위대한 어머니


링컨의 전기를 쓴 작가는 하나님께서 링컨에게 위대한 사람이 될 만한 조건은 한 가지도 주시지 않으셨다. "고 말했다. 그만큼 환경이나 조건이 좋지 않았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불우했고 힘겨웠던 그에게 위대한 것 한 가지가 있었으니 바로 신실한 믿음과 따뜻한 마음을 지닌 어머니였다.

 


어머니의 유산

1860년대 노예 해방이라는 명분에 미국이 남과 북으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고난의 시기, 하나님의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백악관을 기도실로 삼았던 아브라함 링컨 대통령. 안타깝게도 북군은 유능한 지휘관도 병사들의 훈련도 물자도 부족하여 계속 전쟁에서 패배했다. 드디어 1862917일 북군이 고대하던 첫 승리를 얻게 되어, 링컨은 병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사기를 북돋아 주었다. 그때 옆에 있던 한 참모가 하나님은 북군 편이라고 하자 링컨은 이렇게 말했다. “오직 나의 염려는 내가 하나님 편에 서 있는가 하는 것일세. 우리가 하나님 편에 서 있기만 한다면 언제나 하나님은 우리 편이 되어 주신다네.”

하나님의 말씀을 붙들고 하나님 편에 서고자 일생 기도했던 링컨의 배후에는 신실한 두 어머니가 있었다. 생모 낸시는 가정이 워낙 가난한 살림에다 외진 시골 마을에서 살았기 때문에 아들에게 풍요한 환경과 공교육의 해택은 주지 못했지만, 그보다 훨씬 귀하고 값진 인생의 보화들을 심어주었다. 그녀는 링컨을 데리고 숲 속이나 강가를 거닐면서 동물, 식물, 물고기의 이름과 특징들을 자세히 설명해주곤 했다. 링컨은 이런 산교육을 통해 풍부한 상상력과 창의적인 사고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무엇보다 아들의 마음속에 신앙과 꿈을 심어주고 싶었다. 오후나 저녁 식사 후에는 어김없이 찬송가를 불러주고, 특히 역경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하나님께 쓰임 받았던 신앙의 인물들을 본받을 수 있도록 자주 이야기해주었다. 낸시는 링컨이 10살 때 이런 유언을 남기셨다. “이 성경책은 내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내가 여러 번 읽어 많이 낡았지만 우리 집안의 값진 보물이란다. 나는 너에게 100에이커의 땅을 물려주는 것보다 이 한 권의 성경책을 물려주는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안타깝게도 생모는 10살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1년 만에 사라 부시와 재혼했다. 사라 역시 자녀들에게 자주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며 신앙과 믿음이 자라게 했다. 새어머니는 링컨이 책 읽기를 좋아하는 것을 알고 여기저기서 좋은 책을 빌려다 주곤 했다. 그때마다 링컨은 밤이 깊도록 책을 읽었다. 이에 아버지는 농사일과 집안일이 많다고 하며 야단쳤지만, 사라는 남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잘 설득했다. 훗날 링컨은 대통령이 된 뒤에 이렇게 회고했다. “새어머니는 참 지혜로우셨고 사랑이 많으셨다. 나에게 자주 성경 이야기를 들려주셨고 특히 독서하는 습관을 길러 주셨다. 이 자리에 있기까지 나는 새어머니께 사랑과 신앙의 빚을 많이 졌다.”

 


링컨을 일으킨 힘

링컨은 켄터키 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대통령이 되기까지 농부, 뱃사공, 막노동꾼, 점원, 군인, 우체부, 측량사, 변호사, 주 의원, 하원의원 등 다양한 직업들을 거쳤다. 일생에 10번 이상 큰 실패를 했지만 좌절하지 않고 정직과 성실로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말씀과 기도로 양육했던 두 어머니 덕분이었다. 20대 초반, 잡화점 점원으로 있던 어느 날이었다. 가게 문을 막 닫으려는 늦은 밤에 한 손님이 차 500g만 달라고 하였다. 물건을 팔고 다음날 아침,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저울의 눈금이 잘못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순간 어제 밤늦게 찾아왔던 손님을 떠올리며, 즉시 그 집을 찾아가 자신의 실수를 사과하고 부족한 50g의 차를 되돌려주었다.

26살 때, 일리노이 주 의회 의원으로 출마하던 해였다. 당 본부에서 그에게 2백 달러의 선거자금을 지원해주었다. 대부분의 정치인들이 정해진 비용 외에 추가로 많은 돈을 사용하는 것이 관행이었다. 마침내 선거가 끝나고 당선된 링컨은 받았던 2백 달러 선거자금 중에서 199달러 25센트를 당 본부에 돌려보냈다. 돈과 함께 봉투 속에는 다음과 같은 편지가 들어 있었다. “선거 연설회장 사용료는 제가 지불했습니다. 그리고 여러 곳의 선거 유세장을 돌아다니는 데 드는 교통비는 내 말을 탔기 때문에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함께 선거 운동을 한 사람들에게 음료수를 사서 나누어 드린 비용 75센트가 들었고, 영수증은 여기 동봉합니다.” 지금까지 선거자금을 되돌려 준 사례가 없었는데, 링컨의 ‘75센트 명세서는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링컨의 두 어머니는 아들 안에 들어있는 탁월한 능력과 잠재력을 잘 이끌어주었고, 마침내 그 아들은 노예해방의 주역이자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이 되었다. 링컨은 훗날 이렇게 회상했다. “내가 아직 어려 글을 읽지 못할 때부터, 어머니는 날마다 성경을 읽어 주셨고, 나를 위해 기도하는 일을 쉬지 않으셨다. 통나무집에서 읽어주시던 성경 말씀과 기도 소리가 지금도 내 마음을 울리고 있다. 나의 오늘, 나의 희망, 나의 모든 것은 내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것이다.”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20조원을 넘어선지 벌써 오래고, 웬만한 가정에는 아이들을 위한 장난감과 동화책이 넘쳐나고 있다. 조기교육, 영재교육, 입시를 위해서 일찍부터 과외나 학원 공부를 시키고 있다. 심지어는 자녀 교육을 위해 일찌감치 해외로 이민을 가는 사람들도 급증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정들이 점점 더 황폐해지고 있다. 오늘날 부모들은 자녀에게 돈과 훌륭한 학벌, 명예를 안겨다 주는 것이 사랑이라고 착각하며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정작 자녀들은 자기들의 문제를 털어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친구, 믿을 만한 안내자를 보고 싶어 한다.

링컨의 생애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지만 꿈과 신념을 잃지 않았던 것은 어머니 덕분이었다. “아들아. 늘 성경을 읽고 말씀대로 살아라.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라. 이것이 나의 마지막 부탁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되기까지 그를 있게 한 가장 큰 힘은 기도와 성경이었다. 기도를 하고 말씀을 의지하도록 돕고 이끈 스승은 어머니였다. 어머니는 백만 스승보다 위대하다. 자녀를 기도로 돕고, 말씀으로 양육하는 어머니들이 이 땅에 넘쳐나서, 사교육이나 세상의 학문에 감히 비길 수 없는 뛰어난 하늘에 속한 자녀들이, 속속 배출되길 어머니의 마음으로 기도하며 소원해 본다.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