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다

14.jpg지난 2월 음성의 꽃동네를 방문하게 되었다. 십 여 년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사랑을 하면 사랑이 된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다.”란 말씀이 마음을 끌었다. ‘사랑을 하면 사랑이 된다는 말씀을 묵상하니 사랑이 부족한 현실을 가슴 아파하는 주님의 마음이 느껴진다.

사랑 결핍증

꽃동네의 원장이신 야고보 수사님이 서울역에서 수많은 노숙자들에게 먹을 것을 나눠주고 이렇게 물었다고 한다. “여러분, 무엇을 가장 원하십니까? 돈 입니까, 먹을 것과 입을 것입니까, 아니면 명예입니까?” 노숙자들은 합창을 하듯 대답했다. “사랑을 원합니다. 사랑을 주세요!” 그때 원장님은 여러분이 사랑하면 사랑을 받게 됩니다. 사랑을 하면 사랑이 됩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것입니다.”라고 했다. 그 많은 노숙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사랑이라니 놀랍지 않는가. 그만큼 사랑이 꼭 필요하지만 사랑 결핍증에 시달리며 허기진 마음으로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반증이다.

사람이 사랑하게 되면 체내에 엔돌핀이 분비되어 평안과 기쁨가운데 만족하게 되어 행복을 느끼게 된다. 모든 사람이 행복하기를 원하나 안타깝게도 행복한 사람은 매우 드문 것 같다. 겉으로 보기에 물질이 풍부하고 좋은 환경 속에서 사는 사람이 행복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가까이 가 보면 그렇지 않다. 인간의 행복은 그 소유에 따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재물이 많아도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 불행할 수밖에 없다.

사람은 자신의 욕구가 만족될 때 행복을 느끼게 된다. 인간의 욕구는 크게 소유욕과 지배욕, 사랑의 욕구가 있다. 지식, 애인, 친구, , , 가구, 자가용 등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갖고 싶은 이런 소유욕은 끝이 없다. 막상 가지게 되면 더 소유하고 싶은 욕심이 생기기 때문에 만족함이 없다.

또한 출세하고 성공하여 남보다 더 높은 자리와 권세를 가지고 다른 사람을 지배하고자 한다. 어느 정도까지 높아지고 지배해야만 만족할까. 사단은 하나님의 자리에 앉아 모든 피조물에게 경배 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었다. 그 사단의 지배욕을 닮은 존재가 바로 타락한 인간이 아닌가. 남편은 아내를 지배하려 하고 아내는 남편을 사사건건 자기 뜻대로 조종하려 한다. 부모는 자기 뜻대로 자녀를 키우려고 하고 자녀는 이에 반발하여 서로 만족함이 없으니 불행하다.

그러나 사랑이 채워지면 만족하여 행복하게 된다. 사랑은 내가 먼저 사랑하든지 아니면 누군가 내가 만족할 때까지 계속 사랑하면 채워진다. 사랑하면 사랑이 된다. 행복이란 만족하는 삶이다. 소유욕과 지배욕은 끝이 없으니 만족함이 없고 불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랑의 욕구는 채워지는 것이다. 행복한 가정이 되려면 가족 구성원이 서로 사랑하면 된다. 부부 간에, 부모와 자녀 간에, 형제와 자매간에 서로 사랑하면 서로의 욕구가 채워져 행복한 가정이 된다.

세상에 문제없는 가정, 교회, 공동체가 어디 있으랴. 살아있는 사람들이 모인 곳에는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 누가 십자가를 지고 문제와 결핍된 사랑을 채울 것인가. 행복한 가정과 삶을 원한다면 내가 먼저 사랑하면 된다. 사랑하면 사랑이 된다. 내가 먼저 사랑하면 상대방도 그 사랑이 채워져 결국 그도 나를 사랑하게 되고 행복해진다.

사랑의 기적

지진과 불안한 정치로 인해 최빈국 중의 하나가 된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에도 꽃동네가 있다. ‘이파니아는 온몸이 상처투성이에 다리가 썩어가고, 손가락은 떨어져 나가 한두 개밖에 없는 여인이었다. 201311월 어느 날, 무덤가에서 오물에 뒤덮여 죽어가던 이 여인은 발견되어 꽃동네로 오게 되었다.

그녀는 포르토프랭스 변두리 지역에서 태어났다. 가난했지만 가족들과 함께 단란하게 살아가던 어느 날 보관해 두었던 돈이 없어졌고, 화가 난 어머니는 도둑을 꼭 잡고 말겠다며 부두교 점쟁이를 찾아 갔다. 점쟁이는 주술을 통해 범인은 집안에 있다고 했고 악령이 돈을 훔쳐간 사람에게 들어가라고 주문을 외웠다. 주문과 함께 악령이 들어갔는지 이파니아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이후 정신병자가 되어 거리를 떠돌며 공동묘지 인근에서 구걸하며 살았다. 옷이 없어 묘지에서 천막조각을 뜯어 몸을 가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자동차에 사고를 당했지만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다. 가족들이 멀지 않은 곳에 살고 있었지만 어떤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언제 감염되었는지 에이즈에도 감염되어 있었다. 자연재해가 유난히도 많은 아이티, 태풍이 덮치고 지진에 온 나라가 무너졌지만, 40년 이상 그렇게 살아왔다.

아이티 꽃동네에 온 이파니아를 사역자들은 지극한 정성과 사랑으로 치료하며 보살폈다. 썩어가던 다리의 상처를 치료하고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기 위해 노력했다. 에이즈 환자라 감염의 위험도 있었지만,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많은 이들이 동원되어 그녀를 보살폈다. 집이 배정되었지만 집안에 들어가는 것을 거부하고 집 앞에 쓰레기를 주워 모으고 그곳에서 잤다. 저녁만 되면 집에 들어가라는 사역자들과의 실랑이가 계속 되었다. 식사는 보통 사람들의 서너 배는 더 먹었지만 배고프다는 소리를 달고 살았다.

6개월이 넘어가자 점차 식사량이 줄어 정상이 되었고, 허기진 마음에 사랑이 채워지자 변화가 일어났다. 알고 보니 무척이나 온순하고 수줍어하는 여인이었다. 기억도 조금씩 회복되어 가족을 찾아보기로 했다. 공동묘지 근처에 데리고 가자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이 여인이 바로 그 사람이란 말인가. 정녕 하나님은 살아 계시다.”며 감격했다. 다행히 어머니를 만났는데,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만이 두 모녀의 얼굴을 적시면서 긴 세월 동안 겪어온 그 많은 아픔들이 녹아내렸다. 오늘도 이파니아는 아이티의 꽃동네에서 살고 있다. 무척이나 다정다감하고 수줍음이 많은 그녀는 요즘 기도도 곧잘 하며 평안하게 살아가고 있다.

악령에 의해 가족들에게 버림받고 멸시와 천대와 굶주림과 질병에 시달려 죽어가던 여인, 성경에 나오는 엔돌의 군대 귀신들린 사람처럼 무덤에서 살았던 이파니아. 그녀의 굶주린 사랑의 허기진 마음이 채워지자 치유와 변화가 일어났다. 우리도 원수의 허기진 마음, 피해의식, 열등의식이 내 사랑으로 녹아지도록, 그가 내 사랑으로 포만감을 느낄 수 있도록 사랑으로 채우자. 하나님은 사랑이시니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다(요일4:11). “사랑하면 사랑이 된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것이다.”

이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