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부담을 안은 여호수아, 사명을 온전히 감당하다

bfa9c8a3bcf6bec63.jpg여호수아의 본명은 호세아다(민13:8). 호세아는 ‘구원’이라는 의미인데, 모세가 그 이름에 여호와를 더 첨가하여 ‘여호와는 구원이시다’라는 의미의 여호수아로 불렀다. 예수님의 이름도 ‘자기 백성을 저희 죄에서 구원할 자’라는 의미다. 하나님의 구원을 바라는 열망이 강해서인지 구원이라는 의미가 들어간 이름들이 이스라엘 백성들 사이에서는 흔한 것이었다.

모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가나안으로 인도하던 여정 초기에는, 백성들에게 돌에 맞아 죽을 뻔하기도 하고 동료 레위인들의 반발 등 지도력에 대한 도전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하나님 품으로 돌아갈 즈음에는 그 누구도 의심하거나 대적할 수 없는 하나님의 대리자로 인정받고, 심지어 하나님처럼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광야에서 태어나고 자라면서 그런 지도자 밑에서 40년간 양육 받은 이들이 새로운 지도자를 받아들이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서 여호수아서는 이런 강력한 위로와 권면으로 시작한다.

“너의 평생에 너를 능히 당할 자 없으리니 내가 모세와 함께 있던 것같이 너와 함께 있을 것임이라. 내가 너를 떠나지 아니하며 버리지 아니하리니 마음을 강하게 하라, 담대히 하라. 너는 이 백성으로 내가 그 조상에게 맹세하여 주리라 한 땅을 얻게 하리라. 오직 너는 마음을 강하게 하고 극히 담대히 하여 나의 종 모세가 네게 명한 율법을 다 지켜 행하고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라. 그리하면 어디로 가든지 형통하리니 이 율법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가운데 기록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라. 네가 형통하리라. 내가 네게 명한 것이 아니냐.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 두려워 말며 놀라지 말라. 네가 어디로 가든지 네 하나님 여호와가 너와 함께 하느니라 하시니라”(수1:5-9).

마음을 강하게 하고 담대히 하라는 말씀이 본문에만 세 번 언급된다. 그렇다면 여호수아는 겁이 많거나 심약한 사람이었을까? 그렇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모세의 시종 노릇을 하며 하나님이 모세와 동행하시고 말씀하시는 모습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보았다. 모세가 십계명을 받으러 시내산에 올라갔을 때도 함께 올라가서 하나님을 만나 뵈었다. 이런 경험이 그를 영적으로 강인하게 만들었다.

열두 명의 정탐꾼에 뽑혀 40일 동안 가나안 땅을 정탐하고 돌아오면서 다른 정탐꾼들과 많은 대화를 했을 것이다. 아마도 도저히 이길 수 없다고 절망하며 침통한 분위기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꺾이지 않았다. 여호수아와 갈렙은 다수인 열 명의 보고에 전면 반박하는 보고를 한다. 용기 없는 자라면 압력과 부담감 때문에라도 묻어가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여호수아는 용기 있는 자였다. 그러나 이것은 천성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을 직접 경험하며 만들어진 후천적인 것으로 보인다.

갈렙에게는 타고난 거친 남자의 향기가 있다. 가나안 땅을 정복할 때, 나이 85세 임에도 전성기 때처럼 아직 기력이 충분하니 다들 꺼려하고 회피하는 헤브론 산지, 가장 크고 힘센 아낙 자손이 차지하고 있는 땅을 자신이 정복할 테니 그 땅을 분배해 달라고 요청한다. 결국 그 뜻대로 정복하고 차지한다. 여호수아도 강한 사람이었으나 그는 하나님의 손길로 만들어진 작품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더 이상 여호수아를 모세의 시종 정도로 생각지 않았다. 그는 굉장한 부담 가운데 시작하였지만 하나님이 그를 사람들에게 큰 존재로 보이도록 역사하셨다.

“그들이 여호수아에게 대답하여 가로되 당신이 우리에게 명하신 것은 우리가 다 행할 것이요 당신이 우리를 보내시는 곳에는 우리가 가리이다. 우리는 범사에 모세를 청종한 것같이 당신을 청종하려니와 오직 당신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모세와 함께 계시던 것같이 당신과 함께 계시기를 원하나이다. 누구든지 당신의 명령을 거역하며 무릇 당신의 시키시는 말씀을 청종치 아니하는 자 그는 죽임을 당하리니 오직 당신은 마음을 강하게 하시며 담대히 하소서”(1:16-18).

여호수아는 시작부터 백성들의 순종과 협력 약속을 받아냈다. 하나님의 일은 나의 탁월한 능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시는 능력 가지고 하는 것이다. 이 능력은 하나님이 함께하실 때 생겨난다. 모세도 하나님이 작업하셨다. “여호와께서 그 백성으로 애굽 사람의 은혜를 받게 하셨고 또 그 사람 모세는 애굽국에서 바로의 신하와 백성에게 심히 크게 뵈었더라”(출11:3).

하나님은 하나님의 일을 맡기실 때 인간적으로, 세상적으로 얼마나 잘 준비되었는가를 보시지 않고 하나님 뜻에 순종하고 겸허히 따르고자 하는 이, 하나님과 동행할 준비가 된 이를 사용하신다. 그러므로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다. 세상이 알아주지 않고 능력도 이력도 부족하지만, 사용하시라고 주님께 온전히 나를 내어드리면, 그리고 그분을 우리 삶 깊숙이 초청하고 모셔 들이면 우리도 쓰임 받을 수 있다. 하나님 일을 하고 싶지만 여전히 우리를 위축시키고 두렵게 하고 물러서게 만드는 원인들은 무엇인가. 여호수아에게 말씀하신 하나님이 우리에게도 말씀하신다.

“강하고 담대하라.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말씀을 다 지켜 행하면 내가 너와 함께하여 네 길을 평탄케 할 것이요 형통케 할 것이요, 언제나 떠나지 않고 너와 함께하리라.” 은혜가 되고 용기가 일어난다.

기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