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나의 아버지

bfb5bcbac8c6b7c37.jpg교회 대학부 학생들과 고향 교회로 수련회를 갔는데, 아버지께서 동네 어른들을 여러 명 모시고 오셨다. 너무도 반갑고 기뻐서 한 시간 넘게 속죄복음을 증거하고 한 분 한 분 붙잡고 기도를 해드렸다. 다과시간에 자네 아버지가 우리 아들 목사님 왔으니 꼭 한번 가보자고 하도 그래서 와봤어.” 라고 말씀 하신다. 아버지는 지금도 경운기 뒤에 어머니를 태우고 교회를 다니시며 오매불망 우리 아들, 우리 목사님 하신다.

30년 전 겨울, 전주 35사단 위병소에서 방위훈련을 받고 나오는데, 시골노인이 검은 봉지를 들고 지나가는 빡빡머리 방위병들을 한 사람씩 쳐다보고 있었다. 어떤 분이 물방위 훈련받고 나오는데 무슨 마중까지 나오냐? 뉘집 아들인지 아버지 잘 뒀네.” 하면서 지나가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힐끗 쳐다보았다. “아버지, 뭐 하러 여기까지 나오셨어요.” 순간 부끄럽고 창피해서 짜증을 내면서 획 돌아섰다. 그런데 너 줄려고 사왔다.” 면서 까만 봉지에 들은 바나나와 우유와 떡을 주셨다. “에이, 안 먹어요. 뭐 하러 나오셨어요. 창피해 죽겠네. 빨리 가요.”

혼자 집으로 돌아오는데 어머니께서 아버지 못 봤냐? 너 만나러 간다고 어제 오후에 올라갔는데라고 하셨다. “왔어요. 아무도 안 오는데, 뭐 하러 그 먼 데를 와요. 창피하게.” “그런 소리 마라. 너 훈련 받으러 간 날부터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어. 니가 걱정 돼서.”

자식이 부모를 생각하는 것보다 부모는 자식을 백 배 더 생각한다는 말씀이 생각났다. 철없는 어린 시절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고 불효막심했다. 지금도 농사를 지어 추수하면 제일 먼저 하나님께 드리라고 보내주신다.

내게는 또 한분의 아버지가 계시다. 영적인 스승이요, 영적인 아버지이신 그분은 지금은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내게 영적인 눈을 뜨게 하셨고 하나님 아버지를 바르게 알 수 있도록 말씀과 삶으로 인도해 주신 선생님이시다.

1992년 신학교를 졸업하고 갈 곳 없는 못난 나에게 그 당시 학장님께서 담임하시던 상주교회로 보내주셨다. 목회 초년생인 수도사에게 주보에서부터 설교내용 하나하나까지 하나님 중심으로 밝은 빛 가운데 최선을 다하도록 말씀해 주셨다. 어느 때는 그 어려운 몸을 가누기도 어려운데 몇 몇 목사님들과 오셔서 직접 아버지처럼 말씀으로 인도해 주셨다.

하나님은 행한 대로 상주시고 심은 대로 거두시는 분입니다. 가장 값진 인생을 살려고 애를 써야 합니다. 싸울 대상이 있어야 빨리 익어요. 인격은 수도생활의 중심입니다. 그러므로 예수님을 닮은 인격을 갖추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또한 정욕적인 행복을 배설물처럼 생각하고 매일매일 깨어서 주님의 재림을 대망해야 합니다. 어느 곳에 있든지 빛과 소금 역할을 잘 할 수 있어야 하고 가장 낮은 자리에서 섬기는 생활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무엇을 더 중요하게 보시는가를 잘 분별하면서 용감하게 순교정신을 가지고 달려가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순수하고 참된 행복이 무엇인지 그 어려운 육체적 조건을 가지고도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사시는 하나님의 탁월한 영성가셨던 선생님은 나의 아빠스(영적 아버지)였다.

몇 년 후에 선생님과 함께 지내면서 하나님 말씀에 철저히 순종하며 생활하시는 것을 보면서 하나님을 사랑하고 네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것이 이런 모습이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늘 말석에서 밑거름이 되길 원하셨던 선생님은 공동체를 섬기시다가 20051340년 병상 증거자로서의 삶을 마감하시고 하늘나라로 가셨다.

성 베르나르도는 자기 스스로 인도되기를 바라는 자는 바보에 의해 인도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모른다. 자신을 제대로 모르는 초신자는 교만과 허영심과 같은 많은 장애에 부딪히게 된다. 완전해지려고 갈망하는 젊은 수도자는 한 스승을 선택하고 그분의 지도에 자신을 맡기게 된다. 자기 영적스승인 아빠스에게 자신을 개방함으로서 점차 영적인간으로 변화된다.

하늘과 땅에서 가장 많은 죄를 짓고 살아온 벌레만도 못한 이 죄인을 죽기까지 사랑하신 나의 아버지 하나님, 감히 아버지라 부를 수도 없는 이 죄인인 나를 왜 만드셨는지. 아직도 죽지 않는 이기적 자아와 게으르고 교만하고 음란하고 거짓된 이 죄인을 왜 이토록 사랑하는지.

유대인 전설에 의하면 하나님 아버지께서 인간을 창조하시기 전에 정말 인간을 만들어야 할지를 주위에 천사들과 의논을 하셨다고 한다. 그 때 하나님 바로 옆에 있던 천사가 이렇게 말했다. “만들지 마십시오. 그들을 만드시면 그들은 불의와 강팍과 온갖 종류의 사악을 다 행할 것입니다.”

진리의 천사도 말했다. “만들지 마십시오. 그들은 거짓과 궤사를 일삼으며 모든 시간들을 속이고 심지어는 당신까지 속일 것입니다.” 거룩의 천사도 말했다. “만들지 마십시오. 아무리 당신의 형상대로 만드신다 할지라도 그들은 불순과 음란을 그리고 당신에게 대적되는 것을 좇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의 천사가 한걸음 나아와 이렇게 말했다. “저들의 하늘 아버지여, 저들을 만드시옵소서. 저들이 공의와 진리, 거룩에서 멀어진다 할지라도 당신의 부드러운 손길로 인하여 저들을 의와 진리로 데려오겠습니다.” 그리하여 하나님 아버지는 인간을 창조하셨고 공의와 진리와 거룩과 사랑과 은혜로써 그들을 돌보시게 되었다고 한다.

성경에 보면 예수님께서 근심하는 제자들을 향하여 하나님을 믿으니 나를 믿으라 내 아버지 집에 거할 곳이 많도다.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 너희가 나를 알았더면 내 아버지도 알았으리라.”고 하셨다. 하지만 제자들은 그 말씀을 잘 못 알아들었다. “주님,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 주옵소서. 그리하면 족하겠나이다.”라고 빌립은 다시 질문하였다. 그러자 예수님께서는 빌립아, 내가 이렇게 오래 너희와 함께 있어도 나를 알지 못하느냐?”고 하셨다. 아버지 사랑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들의 모습이다.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을 잘 모르고 사는 무지한 인생들에게 그 사랑이 얼마나 크고 위대한 것인지를 몸소 알려주신 예수님. 거룩하신 하나님을 아바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특권을 허락하신 아버지, “너는 내 것이라하시며 나의 생사화복을 주장하시고 불꽃같은 눈으로 졸지도 주무시지도 않고 보호하시고 은혜주시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사랑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이 못난 아들이 무엇이길래 그토록 사랑하시는지 알 수가 없어 오직 눈물로 감사드릴 뿐이다.

노숙자 같이 덜된 인간을 진리로 인도해 주시고, 수도자로 불러주셔서 성화의 길로 가게 하신 나의 아빠스 선생님, 시골 섬진강 강뚝 따라 경운기 뒤에 어머니 태우시고 밭에 나가 일하시고 저녁이 되시면 밥상을 윗목에 밀어놓으시고 아이고, 우리 아들 목사님이 제발 하나님 뜻대로 잘 살게 해주세요.”라며 기도하시는 나의 아버지.

이제야 철이 조금 든 못난 아들이 아버지를 애타게 그리워해 본다. “나의 아버지, 이제야 저의 전부를 주님께 바칩니다. 제가 그토록 자주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고 뻔뻔스럽게 말과 행동이 달랐던 것을 용서하소서. 이제 아버지의 지극히 큰 사랑을 늘 기억하면서 아버지를 더욱 사랑할 것입니다.”

박희진